관련기사 : UCC 저작권 갈등 이번주 고비
온라인 상의 저작권 침해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방송 저작권자와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서비스 업체들 간의 논의가 이번주에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후략)
비단 위 기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바이어컴의 유튜브를 대상으로 한 9500억 규모의 소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통적인 미디어 그룹이 UCC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미디어 그룹들은 왜 이렇게 UCC 서비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과연 겉으로 이야기하는 것 처럼 '저작권'이라는 신성하고 보호받아야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사실 전통적인 미디어 그룹들은 UCC 뿐만아니라 거의 모든 뉴미디어들의 등장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뉴미디어가 바라보는 시장이 블루오션이든 레드오션이든 자신들의 기득권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뉴미디어도 결국은 미디어이고 그렇다면 오랬동안 미디어 비즈니스를 해온 전통 미디어 그룹들이 노하우나 자본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그러지 못하는 걸 보면, 기업이 가진 관성이라는게 얼마나 바꾸기 힘든 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음원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UCC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선 쉽게 짐작이 가실겁니다. 불법 다운로드나 개재는 그들에게 존폐의 위기로 다가오죠. 하지만 영상을 취급하는 방송사들이 동영상 UCC에 민감한 것은 조금 의외라 생각되지 않으신가요? P2P 사이트나 파일공유 사이트를 통한 불법다운로드에 민감한건 이해가 되는데 화질도 좋지 않고 기껏해야 10분을 넘기 힘든 동영상 UCC에 거품물고 반대하는 모습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불법 UCC가 없어진다고 해서 방송사 사이트에서 다시보기를 통해 발생할 매출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스럽구요.

이런 방송사들의 행보는 그들의 수익이 저작권 확보를 통한 판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광고에서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아시다시피 방송사들의 주 수익원은 광고입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의 앞뒤에 광고를 삽입하는 것이 그들의 거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수입원이죠. 그렇기 때문에 시청율이라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시청율이 높아야 광고가 잘 들어올테니까요. 과거에는 방송사들의 경쟁자는 방송사 뿐이었습니다. 즉 사람들이 직장,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서 쉬는 시간(저녁이나 주말)에 그들은 우리가 어디 있을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TV 앞 입니다.. 기껏해야 3개의 방송사만이 존재했던 독과점 시장에서 경쟁이란 일도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떡이님이 '실질적인 미디어 롱테일이 가시권에!'라는 기사에서 이야기 하셨듯이 전통미디어들은 여전히 롱테일에서 머리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그 점유율을 점점 낮아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어지고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제한된 공간인 대중교통에서도 저렇게 다양한 미디어로 정보를 접하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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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에서 보는 매체 - 출처 : 떡이님의 itviewpoint>


하지만 더 무서운건 인터넷입니다. 그나마 다른 미디어 매체들은 여전히 TV처럼 사용자에게 수동적인 정보의 수용을 강요하고 그로 인해 광고 할 여지가 보이는데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미디어의 기능을 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동성을 부여합니다. 시청자의 수동적인 정보 수용을 기초로 광고 수익을 발생시켰던 방송사 입장에선 사용자가 능동적인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과거에도 이런 선택권의 문제는 방송사에게 위기로 다가온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리모트컨트롤러' 일상적인 말로 '리모컨'의 등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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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널 변경이 쉽지 않았던 옛날 TV>



저역시 그 시대에 살지 않았지만 처음 리모컨이 발명됬을때 방송사들은 무척 난감했다고 합니다. 시청자들이 광고를 보지 않고 채널을 돌려버릴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었죠. 물런 리모컨이 필수로 자리잡은 지금에도 시청자들은 여전히 광고를 잘 보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능동성이 부여됬는데도 왜 우리는 광고를 볼 수 밖에 없을까요?

방송사들은 아주 손쉽고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바로 담합입니다. 즉,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똑같이 맞춰버렸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이 많지는 않겠지만 리모컨이 일반적이지 않던 과거에는 프로그램들의 방송시간이 지금처럼 일률적이지 않았습니다. 정시에 시작해서 50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시간에 프로그램들이 시작해서 끝났고 오히려 그런 상이한 방송시간은 내 프로그램이 재미있고 유용하기만 하다면 경쟁사 방송국의 광고시청을 원천봉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유용한 전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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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5월 4일의 방송시간표 - 다양한 시작과 >


하지만 리모콘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전략에는 수정이 불가피 해졌습니다. 광고가 나오면 시청자들은 여지 없이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의 시작과 끝 시간이 거의 비슷합니다. 특히나 광고료가 비싼 프라임타임엔 더 심하죠. 그렇게 하면 시청자들은 어디를 돌려도 결국 광고를 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사실 이 부분은 다소 비약이 있습니다. 연출력이나 방송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 양질의 컨텐츠를 길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30분짜리 방송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선 광고라는 수익모델을 중심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방송사들이 IPTV의 실시간 지상파 방송 송출에 반대하는 이유도 쉽게 짐작이 되실겁니다. IPTV로 실시간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다면 자신들은 광고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판권료만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 IPTV 지상파실시간 전송 우회적으로 해결한다. IPTV 법제화와 지상파방송의 제자리찾기

다시 UCC 이야기로 돌아와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방송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시청자들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고 그 보다 더 겁나는 것은 아예 TV 앞을 떠나는 일입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아웅다웅 싸워온 케이블 방송은 TV라는 플렛폼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UCC를 무기로한 인터넷이나 DMB, IPTV와 같은 뉴미디어들은 시청자를 TV에서 아예 등돌리게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방송사가 싫은건 UCC 세상에서 불법(?)으로 퍼지고 있는 자신들의 프로그램 때문에 놓치고 있는 기회비용(저작권료)이 아니라 그로 인해 TV에서 떠나갈 시청자들인 것입니다. 이미 무한도전(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 예를 듭니다;;)보다 내 이웃이 찍어올린 UCC가 더 재미있어 하고 9시 뉴스에서 소식을 듣기보단 포탈이 친절하게 걸러준 이슈를 읽는 것이 편한 세대들이 늘어 갈수록 자신들의 입지와 수익은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다행히 아직은 동영상 UCC 업체들이 그럴듯한 수익모델, 즉 광고를 실현할 만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지만 결국 시간의 문제로 보입니다.

영업이나 비즈니스 활동을 하다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대세'라는 단어죠. 아무리 발버둥쳐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그것이 '대세'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를 포함한 전통적인 미디어 그룹들이 시장의 대세를 이해하고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 그럴듯한 딴지 걸기보다는 실리를 목적으로, 독점의 아집을 버리고 장 전체의 파이를 키워 그 안에서 기득권을 차지하는 영리함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저작권이란 결국 '저작을 한 사람이 이득을 가져가는 권리'라고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 이득이 꼭 저작권을 기반으로한 판권료여야 한다는 법은 없겠지요.

여전히 UCC보다는 방송사들의 프로그램이 가치있고 UCC 역시 기존 프로그램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습니다. 홈그라운드에서 너무 겁먹는 것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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